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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을 통한 2편의 잔잔한 수필가

by 세상은 나의 것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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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을 통한 2편의 잔잔한 수필가

1편:《창밖에 머문 그때의 나》

기차는 느리게 달렸다. 가을의 들판이 유리창 너머로 물결처럼 지나가고, 내 마음엔 오래된 기억 하나가 조용히 걸터앉았다.
오래전, 나도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던 사람이었다. 모든 걸 잘해내야 했고, 멈춰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참 많이 지쳤다. 누군가 웃어주면 괜찮은 척했고, 혼자 있을 땐 괜히 창밖만 바라봤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함께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목적지가 뚜렷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고,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
기차가 시골 역에 멈춰 섰을 때, 문득 스무 살의 내가 떠올랐다.
거창한 꿈을 말하던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면 실망할까?, 아니면 웃어줄까?...
그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기억은 정지된 사진 같지만, 마음은 여전히 움직인다.
그리고 이제야 깨달았다.
그때의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고, 지금의 나는 비로소 나를 받아들이는 중이라는 것을말이다.
기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 창에 오늘의 나를 비춰보았다.
조금은 낯설지만, 더는 도망치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2편: 《지금 여기, 나》

기차역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탑승했다.
차창 밖 풍경이 흐르듯, 마음도 풀리는 듯했다.
어제는 분명 바빴고, 엊그제는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데 기차에 몸을 맡기고 나니, 모든 게 잠시 멈춘 듯했다.
도시를 벗어난 풍경들 사이로, 나는 문득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감정 하나를 떠올렸다.

그 시절엔 모든 걸 증명하려고 했었다.
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잘 살아내고 있다고,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그 욕심은 내 마음을 조이고, 삶을 옭아맸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줘야 내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외로운 일이었는지, 이제는 안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
한적한 작은 마을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중이구나.’
불안도 있고, 후회도 있고, 아직 덜 채워진 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위로했다.
예전엔 몰랐던 감정이었다.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내 모습이 비쳤다.
그 얼굴엔 어떤 다짐도, 증명도 없었다.
그저 고요하고 단단한 ‘지금의 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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