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요.” –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삶
《가버나움》은 단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나요?”
12살 소년 자인은 부모를 고소합니다. 그 이유는 충격적입니다. 자신을 태어나게 한 죄로 부모를 법정에 세운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가 단지 불우한 아동을 그리는 영화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이 영화는 태어남 자체가 ‘권리’가 될 수 없는 사회에서, 한 인간이 존재할 권리를 빼앗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묻습니다. 자인은 출생 신고조차 되지 않아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인간입니다. 교육도, 의료도,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습니다. 여동생 사하르가 조혼으로 팔려갈 때조차 그 누구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자인의 감정은 억눌린 분노로 차올라, 결국 ‘부모됨’이라는 개념 자체에 반발하게 됩니다.
“나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요. 나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는 이 말을 통해 단지 자기 부모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한 생명을 반복적으로 탄생시키는 사회 구조 전체에 저항합니다. 이 영화의 시작점은 바로 거기서부터입니다 — 태어나는 것조차 비극이 되는 아이의 이야기.
2️⃣ “난 그녀를 지키고 싶었어요.” – 유일한 연결, 그리고 절단
자인에게 세상은 잔인하고 무심합니다. 그러나 그의 삶에서 단 하나의 빛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동생 사하르입니다. 자인은 사하르에게 유일한 ‘보호자’였고, 그녀 또한 자인에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는 그녀가 생리를 시작한 걸 숨기기 위해 약국에서 생리대를 훔칩니다. 그 행동에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녀는 아직 애예요. 왜 아무도 몰라요?”
사하르는 너무 어렸고, 아직 웃는 법도 배워야 할 나이였지만, 가족은 그런 그녀를 노인과의 조혼에 내맡깁니다. 이 일은 자인의 세계를 산산조각 냅니다. 그나마 존재했던 유일한 인간관계가 강제로 끊어졌을 때, 그는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후 자인은 라힐이라는 이민자 여성과, 그녀의 아기 요나스를 돌보게 되며 다시금 ‘연결’을 시도합니다. 굶주림과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그는 요나스를 꼭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아끼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얘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은 단지 책임감이 아니라, 자인이 얼마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정의하려 했는지 보여줍니다. 그는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사랑받은 적은 없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은 알고 있었습니다.
3️⃣ “누군가는 나를 보고 있어야 했어요.” – 존재를 증명받고 싶은 아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인은 증명사진을 찍습니다. 그 순간의 표정은 이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사진 속의 그는 잠시나마 웃음기를 머금습니다. 이전까지 누구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받지 못했던 자인에게, 그 사진은 처음으로 ‘내가 여기 있다’는 표식이 됩니다. 그는 출생 신고도 되어 있지 않아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무수한 어른들은 그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악용했으며, 사회 시스템은 그를 철저히 방치했습니다.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류도 없고, 집도 없고, 가족도 없어요.”
이 말은 자인의 존재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감정적으로 철저히 지워져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아이입니다. 사랑받고 싶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내가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합니다. 그 증명사진은 단지 행정적인 서류용이 아니라, 한 인간이 세상과 연결되는 첫 시작점입니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요약합니다. 존재란,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기억되고’, ‘기록되는’ 행위에서 시작된다는 것. 자인은 비로소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전하는 궁극적인 회복입니다.
*관전 포인트*
“비전문 배우들의 진짜 얼굴, 진짜 감정”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실제 난민이거나 가난한 지역 출신의 비전문 배우들입니다.
그들의 눈빛,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연기라기보단 삶의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 배우가 아닌 ‘실제 사람들의 고통’이 투영된 연기에 주목하고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자인의 눈빛이 왜 그렇게 깊고 슬픈지, 그 이유를 화면 너머에서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