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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택시 탑승 2편 수필가

by 세상은 나의 것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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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택시 탑승 2편 수필가

🚕 1편: 《그날 밤, 창밖으로 꺼낸 말들》

택시를 탔다. 집까지는 20분 남짓. 짧은 거리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기사님은 아무 말 없었고, 나도 창밖만 바라봤다.
밤거리는 어제와 똑같은데, 마음만 달라졌다.
그 사람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공기까지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의 마지막 대화는 조용했고, 차갑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차창에 기대다 보니 불빛이 번져 보였다.
마치 내 마음이 흐려지는 것처럼.
택시 안은 고요했지만 내 안은 복잡했다.
‘내가 뭘 더 잘했으면 달라졌을까?’ 같은 질문들이 떠올랐다가,
곧 사라졌다. 그 사람도 그랬을까.

신호에 몇 번 멈추고, 다시 출발하던 그 리듬이 이상하게 내 감정과 닮아 있었다.
멈췄다, 괜찮은 척, 다시 앞으로.
그렇게 마음도 조용히 움직인다.
택시가 집 앞에 다다를 즈음,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잘 지내요.”

그 사람에게 한 말일 수도,
아니면 내가 나에게 해준 말일 수도 있다.
오늘 밤, 이 짧은 택시 여정 속에서
나는 그렇게 하나의 감정을 떠나보냈다.


🚖 2편: 《빈 자리, 그리고 나》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엔 꼭 택시를 탄다.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사람 많은 공간은 감정을 숨기기엔 너무 벅차다.
택시는 좋다. 낯선 침묵이 오히려 내 마음을 감싸준다.
오늘도 익숙한 골목을 지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났다.
슬프다기보다 그냥 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이제야 진짜로 실감났기 때문이다.

함께 탔던 길, 나란히 앉았던 조수석,
손을 꼭 잡았던 그 거리.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사라진 건 단 하나였다.
그 사람.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무심한 풍경 속에
내 감정만 자꾸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문득 알았다.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였던 ‘나’를 그리워했던 거라는 걸.

택시 안에서 나는 조용히
그 빈자리를 바라봤다.
지금은 혼자지만,
텅 빈 자리에 남은 건 쓸쓸함만은 아니었다.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고요한 깨달음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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