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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 1. 시작은 눈부셨지만, 끝은 더 짙은 파랑 딘과 신디는 처음엔 모든 것이 찬란했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알 수 있었던 그들. 그러나 결혼 후의 현실은 다르다. 삶의 무게, 아이 양육, 일에 대한 태도 차이 등 소소한 불만이 점점 큰 벽이 된다. 특히 딘의 무기력함과 신디의 지친 모습은 ‘사랑이 식었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감정적 거리감을 보여준다. 영화는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현실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떻게 멀어지게 된 걸까?2. 현실을 버텨내는 두 사람의 온도 차딘은 여전히 신디를 사랑한다. 그에게 사랑은 함께 있는 것 자체다. 하지만 신디는 이제 더 이상 그 사랑에 머무를 수 없다. 그녀는 자아를 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변화와 .. 2025. 4. 20.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2019) 1. 서로를 사랑했던 이유, 그리고 멀어진 시간찰리와 니콜은 예술을 사랑하는 부부다. 연극 연출가인 찰리와 배우 니콜은 뉴욕에서 함께 예술을 만들어가며 사랑을 키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각자의 꿈과 기대는 조금씩 어긋난다. 니콜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싶어 하고, 찰리는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아끼지만, 삶의 방향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고요하지만 단단히 무너지는 두 사람의 관계가 관객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2. 법정에서 부부가 아닌 적이 되어이혼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되는 순간, 부부는 서로에게서 가족이 아닌 '상대방'이 된다. 변호사들의 언어는 감정을 파고들고, 싸움은 법정의 논리로 이뤄진다. .. 2025. 4. 20.
이별 후 택시 탑승 2편 수필가 🚕 1편: 《그날 밤, 창밖으로 꺼낸 말들》택시를 탔다. 집까지는 20분 남짓. 짧은 거리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기사님은 아무 말 없었고, 나도 창밖만 바라봤다.밤거리는 어제와 똑같은데, 마음만 달라졌다.그 사람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공기까지 낯설게 느껴졌다.우리의 마지막 대화는 조용했고, 차갑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차창에 기대다 보니 불빛이 번져 보였다.마치 내 마음이 흐려지는 것처럼.택시 안은 고요했지만 내 안은 복잡했다.‘내가 뭘 더 잘했으면 달라졌을까?’ 같은 질문들이 떠올랐다가,곧 사라졌다. 그 사람도 그랬을까.신호에 몇 번 멈추고, 다시 출발하던 그 리듬이 이상하게 내 감정과 닮아 있었다.멈췄다, 괜찮은 척, 다시 앞으로.그렇게 마음도 조용히 움직인다.. 2025. 4. 20.
기차여행을 통한 2편의 잔잔한 수필가 1편:《창밖에 머문 그때의 나》기차는 느리게 달렸다. 가을의 들판이 유리창 너머로 물결처럼 지나가고, 내 마음엔 오래된 기억 하나가 조용히 걸터앉았다.오래전, 나도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던 사람이었다. 모든 걸 잘해내야 했고, 멈춰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때의 나는 참 많이 지쳤다. 누군가 웃어주면 괜찮은 척했고, 혼자 있을 땐 괜히 창밖만 바라봤다.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함께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목적지가 뚜렷했던 것도 아니다.그저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고,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기차가 시골 역에 멈춰 섰을 때, 문득 스무 살의 내가 떠올랐다.거창한 꿈을 말하던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면 실망할까?, 아니면 웃어줄까?...그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기억은 정.. 2025. 4. 20.
《조커》 (Joker, 2019, 토드 필립스 감독) 1. 웃는 광대의 울부짖음아서 플렉은 희극인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조롱의 대상이다. 그는 웃고 싶지만, 웃음은 병처럼 터지고, 슬픔은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사회의 무관심, 복지의 단절, 가족의 거짓말까지… 모든 것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영화는 한 개인이 어떻게 악당이 되는가보다는, 그를 그렇게 만든 사회적 구조의 잔혹성을 보여준다. 광대 분장을 한 채 버스 안에서 아이를 웃기다 혼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어떤 비극에서 출발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관전포인트“나는 존재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모두가 날 볼 거야.”아서의 대사는 가시화되지 못한 존재의 분노와 그 울부짖음을 대변한다.2. 조커가 된 남자, 공감의 단절아서가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은 잔인하지만 피할 수 없게 설득된다.. 2025. 4. 19.
도대체 왜????? 나한테 ?? - 올드보이 (2003, 박찬욱 감독) 1. 감금된 시간, 그리고 질문의 시작오대수는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감금된다. TV로 세상을 보고, 만두만 먹으며 살아간다. 그는 풀려난 뒤 복수를 다짐하지만, 더 중요한 건 “왜?”라는 질문이다. 단순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철저히 심리적인 미궁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오대수가 벗어날 수 없는 퍼즐과 미로, 그리고 무서운 진실이 점점 다가온다. ‘기억’과 ‘진실’의 관계에 대한 탐색이자, 자신이 알던 세계가 얼마나 허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조가 섬뜩하게 전개된다. @관전포인트“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이 명대사는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고립과 비극의 정조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2. 금기를 향한 복수의 그림자‘올드보이’는 단순히 누.. 2025. 4. 19.